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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우정~짝사랑 드림

화우

살아남은 거지.

어디서 살아남았는지는 묻지 마라. 나도 몰라. 애초에 너도 봤으니 알 거 아냐.

잤다고? 너… 시발, 이것도 멀쩡한 놈은 아니네. 왜 이딴 것만 살아서…

 

…빛, 희멀건 빛이다.

 

젠장. 그런 눈으로 볼 줄 알았어. 미친 소리 같겠지.

그런데 미친 건 내가 아니라 저쪽이다. 그래, 저쪽에 있는 쟤. 오래 보지는 마라. 물려. 왜? 거짓말 같아?

 

*

 

뭐라고 말해야 하지.

일단 앞으로는 하얀 천장이 보인다 같은 글을 놀리지 않겠다. 그 사람들도 글 잘 쓰는 거였어. 지금 날 봐. 한 문장도 제대로 못 쓰잖아.

그리고 툭하면 소설에 기억상실증이 나온다고 욕하지도 않겠다. 젠장 설마 내가 그 꼴이 될 줄은 몰랐지. 아니, 엄연히 따져 기억상실증은 아닐 수도 있는데 의사가 있어야 물어보든가 하지. 분명 잤던 기억도 있고, 여기가 내 집인 것도 알겠고, 그런 건 좀 기억나는데 그게 전부다. 빛이 내 기억을 쓸어간 건가.

 

이 노트는 저번에 간 편의점에서 가져왔다. 온갖 것들이 다 사라진 세계라서 노트도 펜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멀쩡했다. 그래서 한 권 슬쩍했다. 어차피 아무도 없는 세상. 이 정도는 괜찮겠지. 아니지, 애초에 우리는 식사부터 방치된 편의점에서 건져오고 있으니까… 이제 와서 쓸데없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네.

… 이거 분명 김주환이 알면 멍청한 놈이라고 욕한다. 그러니까 주머니 속에서 나오지 마. 부탁이야.

 

그래서 정말 뭘 써야지.

 

내가 써놓은 게 유물로 남는 순간이 올까. 그러면 일단 상황부터 써야겠지.

날짜 모름. 날씨 맑음. 세상은 멸망했다.

사실 나는 잘 모르는데, 왜냐면 나는 그 시간에 낮잠 자고 있었으니까. 누가 종말의 순간에 잠을 자냐고 하겠지. 이미 주환이한테 욕먹었으니 이걸로 뭐라 하지는 말자. 무슨 일이 있던 걸 수도 있잖아. 나는 그런 기억 없지만, 그렇다고 하자.

여기서 주환은 위에서 말한 김주환이. 나랑 동갑인 남자애. 뿔 한 쪽이 없는 장애인인데 딱히 그걸로 불편해보이진 않고. 키는 나랑 비슷하고, 일단 둘 중엔 멀쩡한 쪽이다. 매번 날 보고 뭐라 하려다가 그만두는데 그치… 답답하겠지… 살아있는 놈을 찾았더니 기억은 이꼴에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니. 내가 미안하다.

김주환 말로는 하얀 빛이 세상에 떨어졌다고 한다. 놀리려고 한 소리인지, 진심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는 게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믿어야 한다. 하얀 빛이 세상을 쓸었고, 그 결과 남은 것은 극히 일부. 이게 멸망이긴 한 걸까. 살아있는 것이 없다. 하지만 그게 죽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냥 정말로 우리 셋만 움직인다.

이게 정말로 종말일까.

시간은 알 수 없게 흘러가고, 낮과 밤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위협이 아니다.

이건 차라리 구원이 아닐까.

우리 지금 천국 온 거 아니야?

 

(중략)

 

추측이긴 한데, 나도 김주환도 천하연도 외로움을 지독히 탔다. 아마 이게 우리 셋의 유일한 공통점일 거다.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 처음엔 생판 모르는 게 날 깨우니 강도구나 하고 칼을 들었지만, 세상이 뭔가 이상해진 건 금방 알아챘고.

김주환은 종말 한 달(추정) 만에 자신과 천하연 외에 살아있는 사람을 보는 거라고 했다. 달리 말하면, 내가 한 달을 잤다는 건데. 정말로? 날짜조차 제대로 못 세는 지금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내가 정말 이상한 인간이라면.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셋이 있지만, 서로로 부족하다. 그래서 걷고 또 걸었다. 김주환은 문을 잘 땄고, 천하연은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구경만 한다. 사람이 없으니 모든 집이 안식처고, 모든 것이 자유며, 모든 것이 소유되지 않는다.

마치 우리에게 세상을 선물로 준 것 같다.

역시 천국이지, 여기?

 

*

 

김주환은 요리를 잘했다. 나랑 같은 나이인데, 달랐다.

우리가 머무르는 장소는 매번 바뀌었는데, 천장과 유리가 다 사라진 서점에서 꺼내온 지도를 펴고 걸었다. 평소라면 핸드폰을 키면 되지만 이 구원은 다른 건 다 되는데 전자기기만은 작동하지 않았다. 왜 하필. 덕분에 핸드폰하고 싶어서 죽을 뻔했고, 그게 3일 즈음 되니 없어도 살 수 있게 되었다.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했는데 나만 힘든 거였다. 사나운 겉보기와 달리 저 둘, 이시대에 드문 바른 청소년이었나 보다. 우리 엄마가 나대신 자식 삼고 싶어 하겠네.

암튼 김주환은 요리를 잘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며 마트에 널려있는 즉석식품만 먹기는 싫어서 김주환은 요리를 했다. 솔직히 말하겠다. 걔가 정육점에서 그 커다란 고기 써는 것 봤을 때는 좀 경이로웠다. 잘 썰어서가 아니라, 약간 그, 무서워지는 게 있었다. 그렇지만 그걸 구웠을 때는 맛있었으니 그냥 먹었다.

“가족이 많았나봐?”

“뭐?”

“아니, 항상 산더미만큼 만드니까.”

그렇게 먹고도 아직 한참 남은 것을 시선으로 가리켰다. 벌레가 안 생기니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지금까지 거쳐 온 곳에 남은 음식들에서 생겨난 벌레로 지구가 다시 멸망했을 거다.

“비슷한 게 많기는 했지.”

답하는 목소리가 시큰둥해서 더 묻지 않았다.

아무런 대화 없이 식탁에 가만히 앉아 바깥만 보았다. 김주환이 박하사탕을 입에서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 전부였다. 나도 초콜릿 좀 더 챙겨올걸. 해가 저물면서 금빛으로 물든 하늘이 참 낭만적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하연이 왔다 갔는데.”

그 금빛에 절로 천하연이 떠올랐다.

 

지난 밤, 금색 눈과 마주쳤다.

눈을 떴더니 옆에 누가 있다는 공포를 인식하기도 전에, 천하연은 서슴없이 움직여 내 위로 올라타 목을 눌렀다. 진심으로 힘을 담아 숨통을 조이는 걸 밀쳐내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부족했다. 비쩍 마른 몸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 지 알 수 없었다. 천하연은 계속 미친 애답게 웃다가, 서서히 손에서 힘을 뺐다.

‘…누가 뱀인지 모르겠어.’

겨우 숨이 트여, 거친 기침을 내뱉는 날 보며 천하연이 말했다. 얼굴 위로 떨어지는 물 때문에 눈이 절로 찡그러졌다.

‘우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야.’

 

“대충 이런 소리를 했거든.”

“…목이 졸려놓고, 참 태연하네.”

김주환이 기막히다는 듯 말했다.

“원래 달을 보면 미친다고 하잖아.”

마주쳤던 금색 눈이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왜 네가 천하연을 사랑하는 지 알 것 같았고, 왜 천하연이 미쳤는지 알 것 같았다. 저런 걸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리고 그 달에 나까지 미쳐서, 나는 화낼 생각도 못하고 우는 걸 달래주겠다고 손을 뻗었었다.

“내가 걔를 왜 좋아해?”

그런 표정으로 말해봤자, 딱히 신빙성은 없는데.

“아파트는 생각보다 방음이 안 되서, 그… 화내는 소리 들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들었다. 김주환은 내가 뭘 말하는지 단번에 알아챘는지 깊게 한숨을 내쉬고 이마를 짚었다. 새어나오는 욕설이 무서웠지만, 뭐 계속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일부러 들은 게 아니다. 문을 닫아도, 그 정도 크기의 소리는 쉽게 밖으로 빠져나온다. 사랑하게 된 게 그렇게까지 서러운 일인가 싶었지만, 간섭하기 싫어서 모른 척 눈을 감았었다.

결국 이렇게 말해버렸지만.

“그래서 묻고 싶었는데, 네가 보기에도 정말 우리가 원죄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

김주환은 한참의 침묵 끝에 답했다.

“너도 걔랑 같이 미쳤냐?”

 

*

 

오랜만이다

잉크가 다 떨어졌는데, 그거랑 같은 펜을 구하느라 한참 고생했지 뭐야. 아 역시 펜은 중성펜 검정색 0.5가 최고다 물론 매번 볼펜똥 때문에 손이 더러워지긴 하는데 그게 중요한가. 빠르고 부드럽게 잘 써지면 되는거지. 그리고 가끔 사각사각 소리도 나는 거 같아서 기분 좋아

 

천하연이랑 대화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맨날 어디가서 갑자기 나타나고 사라지고 그러더니, 요즘은 계속 있어서. 그래서 어디 집 들어갈 때도 꼭 방 3개인 곳으로 찾는다. 아, 며칠 전엔 그 호텔 스위트룸에서 묵었는데 너무 높은데 엘리베이터 작동 안 되어서 그걸 기어 올라갔고... 진짜... 하지만 최고였다 응 정말 좋았지. 그런데 진짜 이상하지 않냐. 어떻게 먼지도 안 생기지 이 세계는.

정말 이게 어딜 봐서 망한 세계냐고. 학교 다닐 때 봤던 다큐에서 지구는 아주 천천히 느리게 망가진다고 말했는데, 지금 안 그렇잖아. 이 소리를 김주환에게 했더니 좋아하더라. 참고로, 좀 예전이지만 김주환이 정상이라고 말했던 거 취소다. 걔 또라이야. 이유는 묻지 마. 아마 이거 김주환이 보면 나 그날로 배에 구멍 뚫려서 끝장날 거야. 걔가 나한테 그런 걸 말한 건…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겠지만… 마지막에 농담을 믿냐고도 했지만… 아니 그거 아무리 생각해도 실화잖아 이게 말이 되냐 제발. 그런데 밥이 맛있어서 잊기로 했다. 얘네랑 떨어져서 어디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살다보면 사람 하나 정도는 죽일 수도 있지 생각하고 넘기기로.... 아니다 사실 그게 잘 안된다 될리가 없잖아 근데 그렇다고 대화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고 쟤가 칼들고 있을 때 움찔하게 되는 정도다

천하연은 아직도 아담과 하와 같은 소리를 한다. 솔직히 걔랑 하는 대화의 절반 이상은 그런 거다. 재미없는 건 아니고, 오히려 흥미가 동해서 더 머리를 굴려보게 된다. 김주환은 그걸 볼 때마다 단단히 돌았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잖아.

책을 읽는 시간이 꽤 늘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다른 건 다 되지만 전자기기는 안 되니까. 대체 왜 전자기기만 안되는건데. 수도는 멀쩡하게 나오고 가스레인지도 작동하는데 전자기기만 이게 말이 되냐.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 안 나는데, 우리는 움직이는 걸 멈췄다. 그냥 갑자기 지쳐서, 적당히 평범한 집을 하나 털어서 정착했다. 근처에 서점이 있고, 마트도 있고, 그런 곳.

이제는 싫다. 바퀴벌레라도 좋으니 살아있는 것을 보고싶다.

 

(중략)

 

젠장 취소 취소 취소

시발 아무리 그래도 진짜 보고싶다는 건 아니었어 내가 잘못했다 악 진짜 미친거 아니야

 

바퀴벌레 한마리를 보았다

지금 진짜로 죽을 거 같다.... 아 나는 주환이랑 하연이가 진짜 너무 좋아.... 너네 없었으면, 지금 인류 최후의 인간은... 바퀴벌레 때문에 죽었을거야...

 

아무튼 바퀴는...... 바퀴벌레 님은..... 내가 님 붙일테니까 다시는 내 눈 앞에 안 나타나면 좋겠다... 하여간 그 분은...... 잡히기 전에 사라졌다... 그게 더 무서웠지만 길에서 만난 거니까..... 그래...

설마 이 세계에 우리 셋이랑 바퀴벌레만 살아남은 건 아니겠지... 제발 아니라고 해줘..... 어떻게 모기는 없는데 바퀴는 있냐고...... 왜.......

천하연은 그 흰빛이 더 무서운 거라고 말했지만... 아니야.... 난 어차피 그거 못봐서 모른다고....

 

(중략)

 

이 곳이 방주라면?

 

*

 

“바다가 보고 싶네.”

“거기까지 걸어갈 수 있어?”

“글쎄. 모르겠어.”

오랜만에 둘만 남은 시간, 욕조에 물을 붓던 천하연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어느 정도 물이 차올라, 본래 이 집 주인이 가지고 있었을 입욕제를 넣었다. 레몬향과 함께 보글보글 올라오는 거품이 보기 좋다.

“주환아.”

물에 손을 넣어 거품을 휘젓다가 천하연이 다시 불렀다.

“그게 정말로 빛이었을까.”

우글거리며 모든 걸 덮쳤던 그게 정말 빛이었을까.

얼마 전, 그 애가 한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만약 이게 정말로 노아의 방주라면, 우리는 뭘까. 신에게 선택받은 노아? 아니면 배가 출발하지 못하게 하는 이물질?

천하연은 매일 같이 아담과 하와에 대해 말했지만, 그걸 진심으로 믿는 건 아니었다. 천하연의 믿음은 일하던 곳에 퍼져있던 거짓 교리에 기반을 두었고, 천하연은 그게 거짓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찾아온 무언가에 꺽였다. 충돌하는 것 가운데에서 정신을 놓아버리는 건 편했다. 뱀을 찾고 싶지 않다. 천하연은 지금 기분 좋은 이대로 남아있고 싶었다.

“죽여볼까.”

밖에서 덜커덩거리는 소리에 천하연은 소리 내 웃었다. 욕실의 문을 열고 자신을 보는 주환이 좋았다.

“주환아, 죽여볼래?”

회색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

 

비행기가 있으면 좋은데. 왜긴, 그러면 세계여행 좀 해보려고 그랬지.

여기가 방주면 좀 더 살아있는 게 있겠지.

 

*

 

김주환은 신을 믿지 않는다. 신이 있다면, 모든 인간을 행복하게 했거나 모든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었을 거다. 적어도 어중간한 것을 만들어내진 않았겠지.

종말 역시 같았다. 김주환이 종말에 가진 생각은 없었다. 다만 중학교 때 보았던 다큐에서, 자신과 별다를 것 없는 불행해야만 하는 인간이 말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지구가 그렇게 멸망하지는 않기를 바랐다. 꽤 오래 잊고 있던 건데, 놈이 얘기를 꺼내서 그때 다시 기억이 났다.

이 세계에서 기껏 살아남은 게 불량품에 불과하던 자신이라는 게 웃겼다. 다른 둘도 하자가 있어 좋았다.

같이 살아있는 두 명이 떠드는 것에 김주환은 큰 관심이 없었다. 정신을 하나씩 놓은 것들에게 김주환은 깊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거랑 관심은 별개다. 물론 사랑과도 별개다.

천하연의 뇌에서 터져버린 교리는 김주환도 잘 알고 있었다. 천하연과 처음 만났던 것도 그 교단이었다. 개미는 발이 안 닿은 곳이 없다. 가끔 개미 중에 정말로 일하다가, 그 종교에 빠져 신체를 팔던 놈도 있었다.

자신은 아담일 수 없다. 원죄가 발생하기 이전으로 돌아간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자신의 인생에 죄가 없던 시기가 있던가. 태어난 순간부터 모든 게 죄였다. 눈앞에서 휘몰아치던 빛을 보고서도 그 생각은 같았다.

방주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방주에 탈 수 있을 리가 없다. 배를 멈춘 이물질이 자신일 거다. 그리고 아마 노아가 그 놈이겠지. 확실히 천하연은 아닐 거다. 김주환이 천하연을 사랑하는 데엔 자신과 별 차이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죽여볼래?’

천하연이 했던 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평소라면 흘려 넘기는 건데, 이상하게 자꾸만 신경 쓰였다. 나까지 미친 건가. 시간은 알 수 없게 흘러가고, 대화할 상대는 한정되어 있으니 미치는 게 충분한 환경이긴 했다.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그거야말로 김주환이 제일 잘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그러지 않은 데에는, 멀쩡한 척하고 싶기도 했고 그놈이 싫은 건 아니라서 그랬다. 원산 같은 놈이면, 진작 죽였다. 자신에 대해 듣고 겁먹은 건 티 났는데, 밥 좀 줬다고 다시 멀쩡해지는 게 재밌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쓸데없는 것까지 질문하지는 않아서 좋았다. 놈과 있을 때의 침묵은 이상하리만큼 편했다. 김주환은 그 나쁘지 않던 침묵을 깨고 말했다.

“죽어볼래?”

자신이 들은 게 맞냐는 듯 놈이 눈을 껌뻑였다. 지극히 일반적인 반응이다.

침묵은 어차피 상대가 없어도 유지될 수 있다.

 

*

 

손등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우리가 그날 본 게 정말로 빛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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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뿔러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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