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다 지로 우정 드림
류민현
*드림주와 야마다 지로는 친구 관계라는 설정입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AU 이므로, 잔인하거나 유혈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소와 같은 일상이었다. 남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익숙해 지면서 그러다 만난 우연이 친구가 되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만나면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그런 일상. 성별이 달라 친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 그런지 떠올라 오늘은 뭘 볼까하는 딱 거기까지인 그런 관계. 흔히 남들이 생각하는 좋아한다의 감정이 아니라고 결정을 지었을 때.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에 그 일상도 산산이 부서진다.
거리를 둘러보며 다가오는 이상한 소리에 친구들의 겁먹은 소리에도 교실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 소리는 분명 옆 반에서 들렸다. 무엇이 가로막는 걸까. 복도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미술적 표현이라기엔 지저분하고 더러운. 분명 교복을 입고 있던 누군가 다가왔다. 복도와 같은 색을 뒤집어쓰고. 속에서부터 구역질이 올라왔다. 도망가야 한다. 선생님의 목소리에 비명이 섞여 도망가기 시작한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휴대전화가 동시에 울린다. 울거나 화가 나거나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거나. 그러다 문득 야마다 지로는 어느 교실 앞에서 멈췄다. 일상에서도 가끔이나 떠올렸던 사람이 왜 지금 떠오르는 걸까. 다른 친구들이 빨리 도망가라고 그의 팔을 잡는 통에 끌려가며 학교 밖으로 나왔다. 괜찮을 거야. 벌써 도망쳤을 거야. 머리는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시선은 학교에 있었다. 출입문 근처에 있던 누군가의 비명에 선생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넘어져 다친 제 친구를 부축해 나오는 그의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아무도 뭐라 말하지 못할 때 부축받은 남학생이 힘들게 해서 미안하고 구해줘서 고맙다며 울자 그제야 표정을 풀고 괜찮다며 달래준다. 울음소리가 들리니 선생이 다가가 둘을 일으키며 자리로 이동한다. 다른 선생이 문을 다시 봉쇄하고 얼마 있다 큰 트럭 뒤로 버스가 도착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다른 버스를 타게 되어 언제쯤 볼 수 있을까는 잠시 곧바로 형과 동생을 생각하며 지로는 휴대전화만 꽉 붙잡고 자신이 보낸 연락을 받길 기다린다.
라디오로 알게 된 상황. 살아있는 시체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에도 그 끝은 참혹했다.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했던 곳이 살아있는 시체로 인해 엉망이 되었고 형과 동생이 살아있다는 소식만 겨우 받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이동한다. 살아있는 시체를 피하면서 모이게 된 무리도 개인적, 상황적으로 흩어지게 되어 무리가 쪼개지고 쪼개져 남는 것은 혼자였다.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일까. 가끔은 함께가 될 때도 있었지만 잠시뿐이었다. 언제 연락 올지 몰라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만 쳐다보며 숨을 겨우 내쉬고 있을 때.
“지로...?”
익숙한 목소리에 바로 고개를 돌리니 한 아이를 안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응을 하느라 교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입고 있는 옷마저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그의 품에 안긴 아이는 동생이라기엔 어려 보였다. 그리고 그가 외동으로 알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 대신 아이를 맡게 되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웃으며 그의 품에 안긴 아이의 손이 제 쪽으로 다가오자 지로는 몇 발짝 뒤로 물러난다.
“미안. 손도 옷에도 피가 묻어 있어서.”
“나도 마찬가지야. 이 아이만큼은 멀쩡하지만. 지로는 형과 동생에게 연락했어? 우리 부모님은 안전지대에 계신다고 연락을 받았어.”
“응. 나도 형과 사부로가 함께 있다는 곳으로 가려고. 위치는 이쪽인데.”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 위치를 가리키자 그의 얼굴이 밝아진다. 같은 곳으로 가야 하니 함께 자리를 옮기자고 결론을 내고선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숨을 죽여 이동한다. 품에 있던 아이가 그의 손길에 조금씩 눈을 깜박이더니 잠을 자기 시작하고 아이를 품에 꼭 안았다.
잠깐의 평화가 질질 끌고 내뱉어지는 알 수 없는 소리 때문에 깨진다. 대화 때문인지 그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살아있는 시체를 향해 지로가 들고 있던 방망이를 들려는 순간 그가 먼저 지로의 손을 잡았다. 도망쳐야한다. 재운 아이를 지로에게 맡기고 주머니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 뒤쪽 바닥으로 던지자 요란한 폭죽 소리 같은 것이 들리자 살아있는 시체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 주변에 있던 살아있는 시체에게 들키지 않게 일단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도망간다. 지로는 제 품에 안긴 아이를, 제 손을 잡은 그의 손을 꽉 잡았다.
하루 동안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이 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몇 번이나 위기가 있었지만, 그 덕에 도움을 받았고 함께 하면서 아이를 다른 사람이 데려가게 되었다. 정이 든 아이가 알아 듣는 것고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뒤 목적지를 향해 다시 둘이서 이동을 하게 되었다.
서로 개인적인 일 때문에 곤란하기도 하고 같은 상황임에도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다른 무리와 싸우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함께 움직였다. 평소와 같았으면 무엇을 했을까. 부모님은, 형과 동생은 잘 지낼까. 둘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러는 순간 마음이 무너져내릴까 봐.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인 만큼 더 신중히 행동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체로 이런 생활이 끝은 언제일까. 애초에 끝이 있을까. 마이크를 잡고 함께 부르던 때를 떠올리던 지로는 바닥에 떨어진 축구공을 주웠다. 누군가에 선물을 받았던 것인지 생일 축하한다고 적혀있는 짧은 편지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에 다른 손으로 제 얼굴을 닦아낸다. 등위로 올려진 손바닥이 다독이듯 문지르자 그동안 있었던 일이 빠르게 지나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형! 사부로!”
“지로! 다친 곳은 없어?”
“응, 난 괜찮아.”
“이… 바보야! 기다렸잖아!”
가족 간의 포옹이 이어지고 지로는 마음의 짐을 덜었다. 이제 하나를 셋이서, 안전지대에 함께 있는 사람들과 나누게 되어 안전지대 밖으로 들리는 총성에 속이 울렁거려 괜히 쉬고 싶다며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부모님을 찾겠다며 다른 곳으로 간 그도 가족을 만났겠지. 안전지대에 지내면서 만나게 된다면 조금은 밝은 얼굴로 맞이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하며 이치로와 사부로가 주는 식량과 담요를 받았다.
“저런… 이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긴 한데. 참 안됐어.”
“무슨 일 있었어?”
“내가 아까 오늘 식량을 받으러 갔는데 아까 들어온 남자애랑 여자애 있었잖아. 그중 여자애가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고 왔더라고.”
그들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사부로가 먼저 지로와 함께 왔던 친구의 이야기라는 걸 알았는지 다른 이야기를 하며 지로가 대화를 듣지 않게 하려 했다. 그 뜻을 알아챈 이치로 역시 거들어 지로를 일으켜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다. 지로의 움직임이 멈춰있는 것을 알고선.
“명단을 확인했는데 사망했다고 하더라고.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고 몇 번을 그러더니 울다가 다른 곳으로 가더라고. 안타까웠는지 주변에서도 걔를 챙겨주더라.”
“잠깐… 지로!”
‘넌 부모님을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어?’
아이와 헤어지고 둘이서 다녔을 때 너무 지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나온 질문이었다. 왜 그 질문이 지금 떠오를까? 지로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달렸다. 뒤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는 분명 그리워 놓고 싶지 않았던 목소리임에도 뒤로한 체 앞으로 달렸다.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부딪쳤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아무나 붙잡고 그가 어디 있냐 물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위에 적힌 푯말의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어째서? 잠깐의 멈춤이었지만 이어 뛰어갔다.
남들 앞에선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남들 앞에서만 그럴 뿐. 가끔 잠결에 누군가의 훌쩍이는 소리를 듣곤 했다. 상황이 이러니까 본인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게 싫으니까.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 사람들을 밀쳐내며 지로는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 중심으로 갈수록 울음소리보단 누군가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답이 없는 일방적인 말만이.
‘꽉 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그가 부모님이 묻힌 무덤 앞에서 유일하게 남은 부모님의 소지품을 끌어안고 울면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로는 천천히 걸어 그의 곁으로 가 옆에 앉았다. 손을 조심스레 뻗어 손바닥으로 등을 몇 번 토닥였다. 잠깐 움찔거리던 몸이, 소지품을 붙잡던 손이 제 옷을 잡아 왔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고 등을 토닥여왔다. 자신이 받았던 위로를, 그에겐 얼마 되진 않겠지만 주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울음으로 바뀌는 것을 들으면서.